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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경양식 vs 일식 돈까스 (역사, 조리법, 차이)

by 레몬트리의 즐거운 이야기 2025. 5. 13.

경양식 돈까스와 일식돈까스가 접시에 담겨 있는 모습
경양식 돈까스와 일식 돈까스 사진

 

우리 집에서 돈까스는 ‘엄마가 기분 좋을 때 해주는 특별한 날 음식’이에요. 특히 아이들 초등학교 방학 때면 “오늘은 일식 돈까스야? 경양식 돈까스야?” 하며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죠. 경양식은 케첩과 우스터소스를 끓여 만든 소스를 얇고 넓은 고기에 듬뿍 뿌려주는 스타일인데, 우리 딸이 특히 좋아해요. 달달하고 익숙한 그 맛이 아이들 입맛에 잘 맞거든요. 반면 아들은 일식 돈까스의 두툼한 식감과 육즙이 흐르는 고소한 맛을 더 좋아해요. 저도 한입 베어 물면 고기의 풍미가 살아있는 일식 돈까스를 선호하지만, 분식집에서 먹던 경양식 돈까스를 먹으면 학창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요. 그래서 요즘엔 두 가지 스타일을 다 만들어서 가족별 맞춤식으로 주말 저녁을 즐기곤 합니다. 한 가지 메뉴로도 아이들과 이런 대화를 나누고, 맛의 차이를 이야기하며 함께 식탁을 나누는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져요.

한국의 경양식 돈까스와 일본의 일식 돈까스는 겉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역사적 배경부터 조리법, 맛의 방향성까지 뚜렷한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튀긴 돼지고기’라는 점에서 출발했지만, 각 나라의 문화와 입맛에 따라 전혀 다른 요리로 발전해 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경양식 돈까스와 일식 돈까스의 기원, 조리방식, 그리고 실제 맛의 차이를 통해 두 스타일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해 드립니다.

돈까스의 시작, 일본과 한국에서의 변형 역사

돈까스는 원래 유럽의 커틀릿(Cutlet)에서 유래되었으며, 일본에서는 메이지 시대(19세기 후반)에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일본은 서양 요리를 일본식으로 변형하는 '요쇼쿠(洋食)' 문화를 통해 돈까스를 ‘톤카츠(とんかつ)’라는 형태로 발전시켰습니다. 두툼한 돼지고기 안심이나 등심에 빵가루를 입혀 튀긴 후, 양배추 채와 밥, 된장국과 함께 정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반면 한국의 ‘경양식 돈까스’는 1960~70년대 서구화 시기에 생겨났으며, 주로 레스토랑이나 호텔의 양식 코너에서 판매되던 메뉴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물자나 기술의 제약으로 인해 일본식보다 얇고 넓은 형태의 돈까스가 만들어졌고, 여기에 케첩과 우스터소스를 혼합한 달콤한 소스를 곁들이는 경양식 스타일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처럼 일본은 서양식 정식을 받아들이면서 ‘톤카츠’로 발전시켰고, 한국은 그 일본 스타일을 다시 변형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경양식 돈까스’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두 요리는 같은 뿌리에서 시작되었지만, 문화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혀 다른 개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조리 방식의 차이: 고기 두께와 튀김 기법

경양식 돈까스는 얇고 넓은 돼지고기를 사용하며, 보통 안심보다는 등심이나 다짐육을 사용해 부드러움을 강조합니다. 고기를 얇게 펴서 튀김옷을 입힌 후 바삭하게 튀겨내며, 소스는 미리 끼얹거나 함께 제공되는 형태입니다. 조리 시간은 짧고 전체적인 맛은 담백하고 달콤한 편입니다.

반면 일식 돈까스는 고기 본연의 맛과 식감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둡니다. 1~2cm 두께의 통등심을 그대로 튀겨내며, 고기 안에는 육즙이 가득하고 겉은 바삭한 빵가루 튀김옷이 씹는 맛을 더합니다. 조리 과정에서 저온과 고온의 튀김기법을 병행하여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유지하는 고급 기술이 사용됩니다.

또한 일식 돈까스는 소스를 따로 찍어 먹는 경우가 많고, 돈까스 전문점에서는 고기 종류나 두께, 숙성 방식까지 세분화된 메뉴 구성이 특징입니다. 반면 경양식은 대중적이고 빠른 조리가 가능하여 가정식, 학식, 급식 등 다양한 환경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즉, 경양식은 ‘양식의 대중화’, 일식 돈까스는 ‘장인 정신과 정통성’이라는 키워드로 조리법이 분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맛과 구성, 분위기의 차이점 비교

경양식 돈까스는 달달한 소스, 얇은 튀김, 밥 대신 스파게티나 콘샐러드와 함께 제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플라스틱 쟁반 위에 함박스테이크, 수프, 양배추샐러드, 단무지까지 함께 나오는 구성은 많은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레스토랑보다는 분식집이나 경양식 전문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익숙한 맛’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일식 돈까스는 일반적으로 밥, 양배추 샐러드, 된장국, 절임류 등과 함께 정갈하게 차려져 나옵니다. 고기 본연의 풍미를 강조한 만큼, 소스는 새콤한 톤카츠 소스를 별도로 제공하고, 고추냉이나 겨자도 함께 제공되기도 합니다. 분위기 역시 조용한 일식 레스토랑에서 정갈한 정식을 먹는 느낌으로 고급스러운 인상이 강합니다.

맛의 방향성 또한 다릅니다. 경양식은 소스맛 중심의 조화로운 풍미가 특징이며, 일식 돈까스는 튀김 기술과 고기 상태에 따라 풍미가 결정됩니다. 즉, 경양식은 전체 조화, 일식은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양식과 일식 돈까스는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지만, 역사적 배경과 조리방식, 맛의 철학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경양식은 대중성과 편안함, 일식은 정갈함과 깊이 있는 맛으로 대표됩니다. 각각의 매력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선택해본다면, 돈까스를 더욱 맛있고 풍성하게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어떤 스타일의 돈까스를 드셔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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